블록체인 기술로 코발트광산 어린이들의 슬픔을...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하루 12시간 죽도록 일하고 1달러 받는 이들이 있다. 아프리카 콩고의 어린이 광부 이야기다. 이 아이들은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를 채굴한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코발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자고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게 마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린이까지 동원한 노동 착취가 콩고 등지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가 노동과 인권 침해에 대한 조치를 적극 촉구하고 나서야 지구촌 이슈로 달아오르겠지만 아직도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먼지 구덩이 돌무더기를 헤집고 다니는 어린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뉴스화면으로 볼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엠네스티의 보고에 따르면 코발트 생산을 위해 유치원을 막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연령의 어린이들이 하루에 1~2달러를 받고 12시간 이상 일할뿐 아니라 아무런 안전장비도 제공받지 못한다고 한다. 사회관계망에 자신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 캠페인이 활발한 시기에 지구촌 한편에서는 기본적인 인권 수칙도 없이 이처럼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일들이 거리낌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지구촌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유불문하고 시급히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인권 침해를 통해 채굴된 자원을 정확히 파악해 산업 활용에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블록체인 하면 비트코인 같은 전자화폐부터 떠올리지만 그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수백 수천가지 '제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블록체인을 분장원장기술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거창한 표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한마디로 블록체인은 어떤 재화가 이동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이 기록과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블록체인에서 블록이라는 것은 이러한 기록을 한번에 기록하지 않고 레고 블록처럼 단위로 나눴다는 말이고 체인이라는 뜻은 일련의 거래 과정이 끝말잇기 게임처럼 앞뒤의 정보가 사슬처럼 연결되어 누구나 함부로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정보를 조작하려면 체인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의 기억이나 기록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연결고리들이 많아질수록 침해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뭔가 퍼뜩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맞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코발트 광산에서 자행되는 어린이들의 노동착취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은 국제문제로 지적된 블러드 다이아몬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된바 있다. 아이들이 동원돼 무차별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전쟁 비용에 지원되는 행태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살충제 계란 파동이나 원산지가 불분명한 식재료의 유통과정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결국 블록체인은 투기성 가상화폐의 다른 말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뢰를 담보하는 핵심기술인 것이다. 이것으로 많은 국제문제와 사회현안을 해결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터넷으로 우리 생활은 상전벽해가 됐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정보문화 수준은 별반 나아진 바가 없다. 지구촌 반대편에 있는 인스타그램 유명인이 아침에 무엇을 먹고 입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의 이동속도는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정보의 이동이 너무 빠르다보니 그에 대한 신뢰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온세상이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댓글 비방으로 편을 나누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 원치 않는 정보에 휘둘려 울고 웃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비생산적인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역설 속에 우리가 어느새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의 인격과 문화가 상생의 진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빚어진 현상이다. 코발트 광산에서 고통 받는 콩고 어린이의 눈물이 우리 마음속에 스며드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제 포용과 신뢰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게 바로 4차 산업사회에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 될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불안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세태를 키우는 것처럼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신뢰 저하와 불안은 사회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암적 요인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정보기술을 긍정적 에너지 생성에 쏟는 문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가야 한다.

아울러 인본주의의 등불이 지구촌에 널리 퍼져나갈수록 콩고의 어린이뿐 아니라 지금 그대의 슬픔도 자연스레 치유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프로필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미국 유타주립대(Utah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사회학)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기관장으로 일했으며,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 · NIA) 기관장에 이어 현재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전국민 1000만 정보화교육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데 기여했으며,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개발도상국 IT수출지원 , 전자정부수출 정보화 역기능 해소 등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전자정부, 지역정보화, 스마트시티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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