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단상]강릉의 지향(地鄕)

운영자 0 887 2018.07.11 13:45
이용춘 원주우체국장  전 강릉우체국장



`호반의 도시' 하면 춘천, `건강도시' 하면 원주가 떠오른다. 강릉을 상징하는 단어로는 솔향(松鄕), 문향(文鄕), 예향(藝鄕), 수향(壽鄕), 선향(禪鄕) 등이 있다. 소나무가 많으니 솔향이고, 율곡 이이 선생과 허균 등 허씨 5문장가와 수많은 근현대 문학가 및 시인을 배출했으니 문향이다. 시·서·화에 모두 능했던 신사임당과 최고의 유선시(遊仙詩) 작가였던 난설헌이 있었기에 예향이고, 천년의 축제 `강릉단오제'와 무언극인 `강릉관노가면극'이 수향의 모체가 됐으며, 굴산사를 중심으로 선종불교의 본산인 사굴산문을 개창한 범일국사가 여기에서 태어났고, 활동했기에 선향으로 불린다.

이곳 오향(五鄕)에서 생활한 지 2년이 됐다. 그동안의 시간이 내겐 큰 선물이었다. 유행하는 골프도 하지 않고, 그저 건강관리를 위해 걷기를 한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걸어봤지만 강릉처럼 걷기에 좋은 지역은 없는 것 같다. 숙소에서 빠르게 삼십분만 걸으면 바닷가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솔 숲길을 걸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자연스레 힐링이 된다. 옆이 바다이니만큼 파도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바닥이 모래흙이라 다리와 발도 대만족이다. 걷기 열풍으로 지자체마다 제주 올래길 등 걷기에 좋은 길을 만들어 놓았으나 우리 지역에 있는 바다 옆의 솔숲길만한 길이 있을까. 솔숲길에 취해 안목해변에서 시작해 강문, 경포, 사근진, 순긋, 사천해변을 당일치기로 걷기도 했다. 월대산, 화부산, 남산, 대관령 치유의 숲과 솔향수목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경포호와 생태저류지, 순포늪지를 걸으면 4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봄에는 벚꽃이 장관이고, 여름에는 습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연꽃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가시연꽃과 다양한 모양의 호박을 호박넝쿨터널에서 볼 수 있다.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생태저류지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다. 코스모스의 키는 대개 1~2m이나 이곳의 코스모스는 어른 무르팍 정도의 `키작은 코스모스'로 색다른 느낌이 든다. 겨울에는 백색의 눈꽃 길을 걸으면서 삶을 돌아보고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강릉에서 가장 일찍 봄이 온다고 하는 도심 속의 야트막한 야산인 `춘갑봉'을 걷는 것도 좋다. 걷기 마니아는 17개 일반구간과 울트라바우길 등 4개의 특별구간으로 구성된 `강릉바우길'을 걸으면 강릉의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이 길은 330여㎞에 이르기에 충분한 체력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듯이 어떤 이름을 붙여 주고 부르느냐는 참으로 중요하다. 어떤 사물에 명칭을 붙일 때는 그 사물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강릉은 지리(地理)의 편리함과 이로움인 지리(地利)가 있다. 이만한 지리(地利)가 있는 곳이 있을까. 오향(五鄕)에다 지리의 이로움을 뜻하는 지향(地鄕)을 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처:강원일보]
운영자 0 887 2018.07.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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