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꽃 무궁화, 국내 최고의 명소는?

최고관리자1 0 16 2022.08.14 21:01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에 적단심계 무궁화들이 활짝 피었다."매일 아침 피었다가 저녁이면 오므라들어 꽃송이째로 떨어지는 꽃은?" "실제 그 나라와 큰 관계는 없지만 학명에 '시리아'가 들어간 꽃은?" "소월, 사임당, 설악, 유순, 삼천리 등의 품종 이름을 가지고 있는 꽃은?"이 문제에 '무궁화'라고 얼른 대답한다면 당신은 꽤 교양 있는 대한민국 국민일지 모르겠다.그러나 과도한 기대는 금물일까. 지난 7월 29일 무궁화 전시회가 진행 중인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수목원 측에서 만든 10여개의 설명판을 잠깐이라도 읽어보는 관람객은 5분의1에 불과했고, 대부분 사진이나 셀카만 찍고 지나쳤다. 무궁화가 애국가(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도 나오고 거리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어 매우 친숙한 것 같지만, 막상 무궁화에 대해 1분 이상 설명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한국 정치를 품고 있는 꽃사실 무궁화가 나라꽃인 국화(國花)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법률적으로는 그렇게 규정되지 않았다. 8·15 광복절을 전후해 무궁화는 피크를 이루지만 오히려 일제와 관련해 억울한 소리도 가끔 듣는다. 무궁화(無窮花)는 글자 그대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이다. '일편단심' '섬세한 아름다움'이란 꽃말처럼,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고난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 대체로 6·25전쟁 기념일 무렵 개화를 시작해 7·17 제헌절에 본격적으로 피며 8·15 광복절에 절정을 이룬 뒤 10·3 개천절이 되면 지기 시작하는, 한국 정치를 품고 있는 꽃이다.식물학적으로 무궁화는 아욱과(Malvaceae)에 속하며 3~4m 이상 자라는 온대성 낙엽관목이다. 아욱과에는 무궁화 외에 부용, 접시꽃, 하와이무궁화 등이 포함된다.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일간 매일 아침 꽃을 피우고 저녁이면 지는 과정을 통해 보통 한 그루에 2000~3000여 송이를 피우는 파워를 자랑한다.무궁화가 '마라톤꽃'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오래 개화하는 이유를 6년 전 생명공학연구원이 밝혀냈다. 무궁화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무궁화는 카카오와는 3000만년 전에, 목화와는 2200만년 전에 종(種) 분화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목화와 종 분화된 이후 무궁화는 두 차례의 배수체화현상(유전체가 2~3배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다른 식물보다 개화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증가하면서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형질을 획득했다는 것이다.무궁화는 꽃 색깔에 따라 배달계, 단심계, 아사달계 등으로 나뉜다. 용어가 낯설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첫째 배달계는 중심부에 단심(丹心·붉은색 무늬)이 없는 순백색의 꽃을 가리킨다.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둘째 단심계는 중심부에 단심이 있는 꽃인데, 꽃잎의 색상에 따라 백(白)단심계-적(赤)단심계-청(靑)단심계-자(紫)단심계로 나뉜다. 가장 화려하며 쉽게 볼 수 있다. 셋째 아사달계는 단심이 있고 거기에 더하여 꽃잎의 가장자리에 그러데이션한 듯한 붉은색 무늬가 있는 꽃이다. 최근에 개량된 품종인데, 외국에서 만들어진 잔다르크도 여기에 속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굵은 강릉 방동리 무궁화. photo 강릉시학명에 시리아가 들어간 이유무궁화는 학명이 'Hibiscus syriacus L.(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이며 영어로는 'Rose of Sharon(샤론의 장미)'이다. 'Hibis'는 이집트에서 믿었던 달의 여신이고 'cus'는 비슷하다는 뜻이니, 결국 이집트 여신을 닮은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다. 학명에 시리아가 들어간 배경은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 십자군전쟁을 지나 15세기쯤 유럽으로 무궁화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발신지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이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유럽인들은 무궁화가 중동에서 왔으니, '샤론의 장미'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 '샤론의 장미'는 이스라엘의 샤론평원에 핀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구약성경 아가서 2장1절에 나오는데, 17세기 영국에서 출판된 킹제임스역(譯) 성경에서 '샤론의 장미'로 처음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히브리어로 보면 그 '샤론의 장미'가 오늘날 무궁화라기보다는 바다수선화 정도로 보는 학자가 많다. 그래서 다른 버전의 성경에는 '샤론의 수선화'라고도 적혀 있다. 어쨌든 기독교에서는 '샤론의 장미'가 예수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보니, 한국의 기독교인들도 무궁화를 꽤 특별하게 보기도 한다.무궁화의 원산지는 인도 북부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이르는 동북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생명력이 강해 옮겨 심거나 꺾꽂이를 해도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한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열대와 한대를 제외한 50여개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국내에서 육성한 150여 품종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300여 품종이 있다. 프랑스나 이스라엘 거리에도 많으며, 부탄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다고 한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이색적인 품종을 많이 개발했는데, 하얀 바탕에 붉은 단심이 있어 탄탄한 인상을 풍기는 '선덕'은 인기품종이 되었다.무궁화는 목근(木槿)이란 이름으로 약재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많은 의서에 그 효능과 용도가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차로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 3년 전 국립산림과학원은 충북대 이미경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무궁화 뿌리 추출물에서 폐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천연화합물 6종을 분리하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던 3종의 신물질(무궁알렌)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최치원은 '무궁화의 나라'로 기록우리나라의 무궁화 역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래도 산림청의 설명이 권위가 있어 보인다.고조선 때는 하늘에 제사 지내는 제천단 둘레에 무궁화를 심으며 신성하게 여겼다고 한다. 고대 중국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는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는 기록이 있다.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었다. 삼국시대 이전까지 무궁화는 환화(桓花), 훈화(薰花), 천지화(天指花) 등으로 다양하게 기록되었다.삼국시대에는 신라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낸 '사불허북국거상표(謝不許北國居上表)'에서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나라로 기록한 것이 나타난다. 고려시대에는 무궁화란 명칭이 처음 사용되었다. 1241년에 나온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無窮'이란 한자 표기가 나오고, 이후 최충의 시 '시좌객(示座客)' 등에도 무궁화가 나온다.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 이화(李花)가 있었지만, 무궁화는 백성의 생활 속에 울타리로 쓰였던 기록이 다수 발견된다. 훈민정음이 창제되면서 무궁화란 한글 명칭도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중기 문신인 구봉령의 시에는 '순박한 풍속에서 백성의 삶이 보이고 무궁화 울타리 속 초가가 시내 안개에 비치네'란 표현이 등장한다.



일제의 무궁화 탄압하지만 무궁화는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당한다. 일제는 무궁화가 민족정신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눈에 피 꽃'이라며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거나, '학질 꽃'이라고 하여 만지면 학질이 걸린다든가, '부스럼 꽃'이라 하여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기는 사악한 꽃으로 규정했다. 1933년에 나온 일제의 고등경찰용어사전(조선총독부경무국편)에는 '무궁화는 2000년 전 문헌에 나오는 조선의 대표적인 꽃으로서 무궁화 강산 운운하는 것은 조선의 별칭으로 불온한 뜻이 들어있다'고 적혀 있다. 특히 전성기인 8월에 가지치기를 해서 진딧물이 달라 붙어 말라 죽게 했다. 이 때문에 '무궁화는 진딧물이 들끓고 병충해가 많은 꽃'이란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물론 요즘도 목화진딧물이나 아카시아진딧물이 4월 하순부터 무궁화에 들러붙어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지만, 무궁화 꽃이 피면 대부분 없어지는 데다 요즘은 품종개량을 많이 해 진딧물 걱정이 많이 사라졌다.무궁화는 한편으로 민족의 얼을 일깨우는 도구로 사용됐다. 한서(翰西) 남궁억(南宮檍) 선생은 배화학당 재직 시절에 학생들로 하여금 무궁화 13송이로 조선 13도를 표시한 한반도 지도 도안을 수놓도록 했다.이후 무궁화는 태극기, 애국가와 함께 임시정부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정부 수립 이후 자연스레 나라꽃이 되었다. 오늘날 나라 문장, 대통령 휘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하지만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삼는 데 반대하는 주장도 광복 이후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2년 전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두 얼굴의 무궁화: 국가상징 바로잡기'란 책을 펴내 반대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는 "근본이 불분명하고 왜색 넘치는 무궁화를 언제까지 대한민국 나라꽃으로 모셔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무궁화는 '삼국사기'나 '고려사' 등에는 일절 등장하지 않고, 삼 천리라는 애국가 가사와 달리 남쪽 일 천리 정도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893년 상하이에 잠복해 있던 윤치호가 자신을 찾아온 남궁억과 의논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하고 애국가의 후렴에 넣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제는 자기들이 신의 꽃으로 여기는 무궁화의 상징과 노래를 많이 만들었고 무궁화를 탄압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를 위해 오히려 퍼트렸다는 주장이다.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옛 문헌을 폄훼하고 친일 잔재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 때문에 현실과 실제를 왜곡했다'는 비판도 많다. 여기서는 그런 논쟁을 소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진달래나 개나리, 철쭉을 대안으로 꼽는다길래 한마디 하고 싶다.8월 8일은 무궁화의 날필자는 연분홍 새색시 같은 진달래를 가장 사랑한다. 하지만 나라꽃으로 정하는 데는 반대다. '참꽃'으로 불리는 진달래는 낱꽃보다는 무리를 이루었을 때 가장 환상적이다. 매년 4월 초 창원 천주산, 거제 대금산, 여수 영취산을 등산해야 진달래의 진짜 비경을 볼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진달래의 매력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국민더러 그렇게 등산하라고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개화기간도 1주일 안팎으로 짧다. 진달래와 흡사한 철쭉도 보성 일림산, 지리산 바래봉 등 높은 산을 올라가야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심에 영산홍같이 일본에서 들여온 개량종 철쭉이 판치고 있어 나라꽃으로 삼기에는 더욱 부적절하다. 개나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민이 몰고 다니는 차량 색깔의 20% 이상이 노랑이 되지 않는 한 개나리를 국화로 모시고 싶은 생각은 없다.보통 국화는 해당 국가의 역사나 국민성을 상징하는 식물로 자연스레 정해진다. 잉글랜드는 장미, 스코틀랜드는 엉겅퀴, 일본은 벚꽃, 스위스는 에델바이스, 네덜란드는 튤립, 베트남은 연꽃, 말레이시아는 하와이무궁화 등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연방법으로 장미를 국화로 법제화한 미국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관습적으로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무궁화를 국화로 제정하기 위한 법안을 여야 의원 여러 명이 발의했으나 갖가지 이유로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필자는 8월 8일이 '무궁화의 날'인 줄 최근에야 알았다. 나라에서 정한 것은 아니고, 2007년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 보고회에서 그렇게 지정했다고 한다. 무궁화가 계속해서 피고 지는 것이 수학의 무한대(∞) 같다고 해서, 이를 똑바로 세워 8월 8일로 정했다는 것이다. 그날 네이버 초기화면에는 '무궁화의 날'보다는 '세계 고양이의 날'이란 문구가 계속 걸려 있었다.전국의 무궁화 명승지들올여름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무궁화 투어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무궁화 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산림청이 선정한 무궁화 여행길 최우수상 장소부터 참고하면 된다. 연도별 수상 장소를 보면 서울 강서구에 있는 서울식물원 무궁화동산(2021년)을 필두로, 강원 홍천 무궁화수목원(2020년), 전북 완주 고산면 완주로 일원(2019년), 서울 궁정동 무궁화동산(2018년), 경기 안산호수공원 무궁화동산(2017년), 경기 수원 청소년문화공원 무궁화동산(2016년) 등이 꼽힌다.올해는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면서 곳곳에서 무궁화 축제가 재개되거나 새로 열렸다. 산림청은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충남 보령 머드광장 일원에서 '제32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 축제'를 열고 있다. 대천해수욕장 주변에서 젊은이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야간행사도 벌어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8월 6일부터 사흘간 새마을테마공원에서 제1회 무궁화전시회를 열었고, 앞으로도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이 밖에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7월 29일부터 8월 24일까지 '우리들은 무궁화다'라는 주제로 제4회 무궁화 축제를 열고 있고,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은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무궁화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고령(120년)에 나무 둘레가 가장 굵은(146cm) 강릉 방동리 무궁화도 괜찮은 여행 후보지다.비록 무궁화에 대한 나라꽃 법제화는 계속 늦어진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 무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계속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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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3/0000032305?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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