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복의 뉴웨이브 in 강릉] 6. 110년 전 강릉 여인의 꿈, GIAF로 살려낸다

최고관리자1 0 56 2023.09.22 02:00
강릉에 스며든 아름다움 발걸음 따라 유람하는 예술'강릉 김씨' 여인이 꿈꾼 도전정신 실현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26일 개막시립미술관·독립예술극장 신영 등 6곳 무대, 작가 13명 예술 프로젝트 참여신체활동 매개 새로운 시각 제안… 극영화·비커밍 버즈·예술바우길 걷기 등 다채



강릉 김씨의 서유록을 읽고 회화로 풀어낸 홍순명 작가의 '서유록, 홍씨 이야기-2302'1913년 이맘 때 '강릉 김씨'라는 52세 여인이 난생처음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남편과 막내딸의 손을 잡고 나귀 한 마리에 봇짐을 싣고. 꼬박 열흘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망우리 고개를 넘어서 동대문 어귀에 당도했다. 말로만 듣던 서울에 와보니 인파와 전차, 각종 진귀한 물건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녀의 관심사는 아주 특별한 데 있었다. 여성 교육이었다. 서울 여학생들을 만나 학교에 학생은 몇이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 유심히 물어봤다. 직접 이 학교, 저 학교 구경에도 나서고.강릉에 여학교를 세우면 얼마나 좋을까…. 일제 강점의 어둠이 짙어져 가는 서울을 보면서 여인의 머릿속은 여성교육 열망으로 차오른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미개하면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남대문 거리를 활보하는 일본 여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110년 전 한 강릉 여인은 빅웨이브를 꿈꾸고 있었다.하지만 현실의 벽은 까마득했다. 학교를 세우려면 동지를 규합하고 자금을 모아야 한다. 남학교도 드문데 여학교 설립은 과연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여인의 꿈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당시 그녀가 남긴 한글기행문 '서유록(西遊錄)'의 말미는 깊은 아쉬움 속에 이런 당부를 남긴다.



프란시스 알리스의 극영화 '모래 위 선(The Still Cut of Sandlines)' 스틸컷"누군가 나의 이 여정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나흘 뒤(9월26일) 개막하는 제2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이 강릉 김씨가 던졌던 그 화두를 받아들었다. "그 옛날 한 여인이 '개인 가치 실현자'로서 한양 나들이에 나섰듯이 타지에서 강릉을 오간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도시를 유람하며 삶을 이어가는 유기적 관계를 조망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 박소희 GIAF 예술감독의 말이다. 이 정도 묵직한 주제는 다뤄줘야 미술 축제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듯이.GIAF는 영동지역 최대 기업인 파마리서치가 문화재단을 만들어 지난해 처음 닻을 올린 예술 페스티벌이다. 지난해는 '강/릉/연/구 江陵連口'라는 제목으로 미술작가, 전시기획자, 소셜셰프, 그래픽디자이너, 인권활동가 등 여러 분야 전문가의 답사와 리서치를 통해 강릉의 이면을 비추는 일종의 '탐험기'였다.올해는 서유록이 담아낸 도전정신과 신체활동을 매개로, 관람객들에게 자신이 위치한 곳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 싶어 한다. 시간과 공간을 소비해서 얻은 밑거름으로 전에 없었던 관점을 창조하는 것이 여행이고 예술활동이라는 뜻이 아닐까.박필현 문화재단 이사장은 "GIAF를 통해 강릉시민은 시민대로, 외지인은 그들대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면 값진 수확일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선민 작, '귀와 눈 : 노암' 스틸컷10월 29일까지 34일간 이어질 올해 GIAF는 동부시장 레인보우(233호), 옥천동 웨어하우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국립대관령치유의숲, 강릉시립미술관, 월화스테이(노암동) 등 여섯곳을 무대로 삼는다.참여작가는 고등어, 로사 바바, 박선민, 송신규, 아라야 라스잠리안숙, 양자주, 이우성, 임호경, 카밀라 알베르티, 티노 세갈, 프란시스 알리스, 홍순명, 흑표범까지 모두 13명이다.다들 정체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인데 그중 프란시스 알리스(1959년 벨기에 출생·멕시코 활동)와 티노 세갈(1976년 영국 출생·베를린 활동)이 좀 더 눈길을 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벨기에를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었던 알리스는 최근 20년간 남미와 북미, 중동 등 전 세계 지역공동체와 손잡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번에 강릉에서 선보일 '모래 위 선'(2020)도 그중 하나다. 이라크 모술의 산간마을 아이들이 이곳의 과거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역할극을 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편 극영화다.세갈은 '몸'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내놓고 있는데, 런던의 테이트모던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0년 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관람객들은 역량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즐기기도 하지만 학생이나 시민들이 동참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대관령치유의숲에서는 8∼14세 학생들이 '비커밍 버즈'라는 프로그램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새나 뱀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탐구하고 그것과, 소수자 문제를 연결해 바라보며 타자와의 공생을 위한 감각수업 같은 것이라고 한다.노암동 월화스테이는 '서유록'의 2023년형 버전이 될 것 같다. 여행의 의미에 대해, 도시민이 사는 공간에 깊숙이 머물며, 경험의 온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올해 미술축제는 주 3회(금·토·일) 하루 한 번 투어버스도 운영한다고 임슬기 큐레이터는 말한다. 강릉역에서 출발하여 시립미술관, 대관령치유의숲, 예술바우길, 옥천동과 동부시장을 거쳐 예술극장 신영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다.시립미술관과 신영처럼 평소 예술을 다루는 공간도 있지만 동부시장과 옥천동에서는 시민들의 오랜 생활터전이 그대로 무대로 활용된다. 낡고 먼지 쌓인 곳이지만 예술행사를 통해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뜻이다.



흑표범의 퍼포먼스 프로그램 '비커밍 버즈: 뱀, 물, 새의 연습'강릉역에서 노암터널까지 5㎞ 예술바우길 걷기 행사는 예술의 치유기능을 입증해 보이려는 시도로 봐도 좋겠다. 관람객들이 페스티벌 공간을 터벅터벅 걸으며 현대 미술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행사의 주제를 반추한다면 주최 측과 한마음이 되는 게 아닐까.바다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파도를 낳지만 그들이 모두 뭍에 닿지는 못한다. 세상의 모든 씨앗이 다 발아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그렇다고 육지를 밟지 못한 파도가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좌절로 보이는 어떤 작은 물결은 다른 파도에 얹혀 목표에 다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릉 김씨의 꿈도 오랜 기다림 끝에 GIAF 파도에 올라타 그때 그 설렘을 다시 살려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컬처랩 심상 대표[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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