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멈추자" 화물파업 첫날…정부 초유의 운송개시명령 경고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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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24. 오후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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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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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멈추자” 구호에도 화물차 달렸다
24일 오전 10시30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출정식이 열렸다. 화물연대는 이날 0시부터 무기한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가운데 부산을 포함한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출정식이 열렸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에서 열린 출정식 열기는 지난 6월 집단운송거부 때만 못했다. 출정식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수많은 화물차가 끊임없이 부산신항을 드나들었다. 화물연대 지휘부가 "물류 멈추자"고 외쳤지만 일부 화물차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듯 보였다. 애초 출정식은 오전 10시로 예정됐지만, 일부 지부가 늦게 도착하면서 시작 시각이 20분가량 늦춰졌다.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집단운송거부 출정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들이 끊임없이 부산신항을 드나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일몰제 폐지, 적용 품목 확대해야”
이날 부산신항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5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했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화물 운송료를 보장해 화물차 운전자 과적과 과속·과로 등 고질적인 문제를 막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컨테이너 등 일부 화물에만 도입됐으며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적용 품목 또한 철강재와 자동차, 위험물, 사료ㆍ곡물, 택배지ㆍ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교차로에서 화물연대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출정식을 열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대상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운송거부에 나섰다. 송봉근 기자

철강ㆍ시멘트 막히고 車 탁송도 차질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는 8일 동안 집단운송을 거부했다. 이에 따른 물류 차질로 1조6000억원가량 업계 손실이 발생한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집단운송거부에 나섰다. 앞선 집단운송거부 때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제안했다.

이날 부산신항 출정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그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정부 측 설명이 사실과 다르며, 3년 연장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전국에서 화물차 운전자 등 2만2000여명이 이번 집단운송거부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첫날인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전남본부 노조원들이 화물트럭을 배치하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뉴스1
반년도 안 돼 재개된 집단운송거부에 산업현장 곳곳에서 혼란과 마찰이 일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이날 물량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평소 하루 출하량은 8000t이다. 강원 삼척 삼표시멘트와 동해 쌍용시멘트, 강릉 한라시멘트 등에서는 철도ㆍ수송 등 수단을 동원하고도 평시 대비 20~80% 수준으로만 제품을 출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단양에서는 화물연대가 한일시멘트로 진입하려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막아서며 마찰을 빚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된 차를 실어 옮기는 화물차인 ‘카 캐리어’ 조합원들이 집단운송거부에 참여하면서 차량 탁송에 문제가 생겼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앞두고 자동차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선 “1년간 손꼽던 신차 탁송이 이번 집단운송거부로 막막해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로드 탁송(신차를 카 캐리어에 싣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탁송)에 동의했다”는 등 게시물이 쏟아졌다.

초유의 운송개시명령 검토, 정부 강경 대응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시작된 이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다음 달 2일 전국철도노조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지난 6월 집단운송거부 때보다 피해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긴급현장상황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비상수송대책을 점검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 거부와 방해 등 행위가 이어지면 운송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송개시명령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내린다. 정당한 사유 없는 운수 종사자의 화물운송 집단거부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명령이다. 지금껏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류 방해 행위는 법에 따라 단호하게 조처할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고심 끝에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연장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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