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함급 군함들은 고유 번호 외에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함명은 제정위원회에서 의견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뒤 해군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 최종 결정한다. 주로 지명을 사용하던 우리 군함이 사람 이름을 함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 기술로 군함을 본격 건조하게 된 1990년대 이후다. 지금은 구축함·잠수함은 역사 위인이나 호국인물 이름을, 호위함과 초계함 등은 주로 국내 도시명을 사용한다.
그런데 한번 정한 함명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해군의 고유한 전통 및 조직 체계를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뱃사람들에게 배는 곧 집이면서 무덤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승조원들은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생사 공동체이다. 함장이나 선장은 배가 침몰할 때까지 최후를 함께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래서 진수식에서부터 정중한 의례를 갖추고, 인격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수명을 다해 퇴역한 함정의 이름을 신조함이 물려받는 것이나, 적의 공격으로 격침돼 오명을 뒤집어쓴 함명조차 함부로 버리지 않고 승계해 교훈으로 삼도록 하는 전통도 그런 이유에서다.
해군력은 종종 그 나라 국력의 지표가 된다. 육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 무대가 넓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 또한 대양해군을 향해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오랜 꿈이고, 과제이다. 그런 해군에게 '홍범도함(잠수함)' 명칭 논란 불똥이 튀었다. 해군의 전통과 미래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