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연아' 꿈꾸는 14세 윤아선 “국가대표가 되다니, 너무 좋아요”

강릉뉴스 0 324 2021.03.20 12:22
코로나19에 강릉·포항 오가며 연습 국내랭킹 2위로 국가대표 선발올해 주니어 그랑프리 첫 세계 무대“외국 첫 경기 기대…최선 다해 연기”



한국에는 수많은 ‘제2의 김연아’가 있다. 모두 반짝이지만 아직 아무도 그 수식어를 독차지하진 못했다. 윤아선은 그 뜨거운 무대에 새로 발을 들인 샛별이다.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도 올 겨울 움텄다. 지난달 전국종합선수권에서 프리 1위, 종합 2위에 올랐고, 회장배 랭킹대회에서는 종합 3위로 메달을 땄다. 14세의 나이로 국내 랭킹 2위, 국가대표가 됐다.

1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아이스링크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윤아선을 만났다. 선율에 맞춰 얼음을 타는 윤곽이 한복처럼 고왔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연이어 돌며 빙상 위를 유영했다. 시종일관 진지했던 표정은 아이스링크장에 제빙기가 들어서고 연습이 강제 종료된 다음에야 풀렸다.

빙상 밖을 나온 윤아선은 작은 것 하나에도 웃음이 터지는 영락없는 중학생 소녀였다. 점퍼 왼쪽 팔에 박힌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윤아선은 “이건 상비군 옷이에요. 국가대표 옷은 아직 안 왔어요”라며 다시 꺄르르 웃었다 일곱 살때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서 재미로 타기 시작한 게 동계체전 초등부 1위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 가지고 정말 노력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윤아선의 성장은 이번 겨울 피겨계에 뜨거운 이슈였다. 안정적인 점프로 기술 점수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경기 중에도 진심으로 즐기는 표정에 팬들도 많아졌다.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한다. 전국종합선수권 2위를 차지해 세계선수권 티켓을 얻었어야 했지만, 나이 제한때문에 기회가 3위에게 넘어가면서 더 이슈가 됐다. 억울하진 않았냐고 묻자 똑 부러진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건 없었고요. 오히려 마음 편하게 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던 것 같아요. 나갈 수 있었다면 더 긴장되고 그래서 결과가 안 좋았을 거예요.”



그냥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윤아선는 지독하게 연습하는 ‘악바리’로 통한다. 4학년 땐 스케이트 날에 다리가 찢어져 구급차에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 통증도 잊은 채 ‘피겨를 못하게 되는 건 아니냐’고 자꾸 물었다고 한다. 윤아선은 “그냥 피겨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피겨의 가장 큰 매력은 점프를 하고 음악에 몸을 맞출 때에요. 또 스피드를 낼 때는 시원시원하고 정말 행복해요.”

연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에도 멈추지 않았다. 기대했던 주니어 그랑프리가 취소되고, 대부분 체육시설이 폐쇄됐다. 집이 경기도였던 윤아선은 지역간 이동제한 때문에 서울에 있는 아이스링크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 동네에서, 달리고 돌며 감각을 놓지 않았다. 나중에는 포항으로, 강릉으로 아이스링크를 찾아 다니며 연습했다. 이마저 어려워졌을 땐 꽁꽁 언 저수지를 찾아갈까 고민도 했다.

그 사이 키도 많이 컸다. 1년 새 8㎝나 커 이제 160㎝다. 갑자기 커서 무릎과 발목, 허리, 허벅지 등 통증과 부상에 시달렸다. “운동을 하면서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속상해서 울었어요. 많이 다쳤을 때는 거의 반포기 상태였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제 인생에서 거의 절반은 운동을 했더라고요. 지금 포기하면 좀 아까워서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보고자 했어요.” 요즘에는 예술 점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동작이나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음악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서커스단에서 일하게 된 소녀 젤소미나의 인생을 그린 영화 ‘라 스트라다’의 음악을 배경으로 랭킹대회에서 선보인 연기는 윤아선의 예술적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갓 국가대표가 된 윤아선의 다음 목표는 세계 무대다.  “좀 새로울 거 같아요. 외국인 선수들이랑 처음 접해볼 테니까 신기할 거 같아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했던 결심 잊지 않고 유지하면서 운동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지금도 그렇지만 항상 최선 다해서 경기할 거예요.” 최종 꿈은 올림픽이다.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때 19세가 된다. “이번 올림픽은 나이제한 때문에 못 나가지만, 다음 올림픽 때는 꼭 가고 싶어요. 메달을 못 따더라도 올림픽 참가만으로 정말 큰 영광일 것 같아요.”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제공 한국일보

출처 : https://hankookilbo.com/News/Read/A2021031910570002087?did=NA
강릉뉴스 0 324 2021.03.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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