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릉시향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이영진 음악평론가

운영자 0 786 2018.01.08 09:09
아트센터 개관 연주
솔리스트와 호흡 등
음악·균형미 돋보여

강원도는 본디 음악의 변방이다. 국악은 물론 양악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지역이다. 다행히 근간에 도 출신 연주가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고,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탓에 과거와는 달리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부예술감독으로, 소프라노 홍혜란은 메트로폴리탄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지역 음악 수준은 양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지역에 상주하는 교향악단을 척도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오케스트라는 그 지역 음악 수준의 바로미터다. 그러나 계측이 잘못돼 과소평가된 경우가 간혹 있는데 강릉시향이 그런 사례다. 강릉시향은 국내 교향악단 가운데 오랫동안 저평가된 관현악단으로 인식돼 왔다. 이유야 어떻든 강릉시향은 현 류석원 상임지휘자 체제를 세 차례나 맞으면서 그때마다 강원음악사에 기념비적 족적을 남기며 성장해 왔다.

일찍이 도내에서 처음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완주한 저력의 관현악단이고 로비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저변 확대에 가장 먼저 뿌리내리기 시작한 오케스트라다. 이런 강릉시향이 강릉아트센터 개관기념 특별연주회를 지난해 12월22일 개최했다. 998석의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은 만석이었다. 최적화된 음향과 시설 환경의 편이성으로 이날 연주회는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강릉 단오제 세계화를 위해 작곡된 이병욱의 축제 서곡 `단오'를 첫 곡으로 연주한 강릉시향은 탄탄한 직조력으로 관현의 조화를 펼쳐 나갔다. 류석원이 지휘하는 강릉시향은 재작년 예술의 전당 `교향악 축제' 때보다 더욱 향상된 음악미와 균형미를 들려줬다. 바이올린 섹션의 보우가 한국적 색깔을 잘 유지해 줬고, 목관의 섬세한 앙상블이 `단오'의 맛을 충분히 감칠맛 나게 해 줬다. 두 번째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독주자의 능력이 협연에서 얼마나 무한하게 발휘되며 또 자제돼야 하는 가를 이상적으로 들려줬다. 김다미는 이날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협연했다. 몰이해한 관객의 몇 차례 흐름을 깬 악장 간 박수가 방해를 주긴 했지만, 김다미는 지휘자 류석원과 호흡 줄을 알맞게 놓았다 당기며 스코틀랜드를 그야말로 판타스틱하게 연주했다. 김다미의 호연이었고, 류석원이 지휘한 강릉시향의 뛰어난 협업이었다. 세 번째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연주는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고, 깊은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조재혁이 연주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현란한 기교의 드러냄 보다 타건의 정밀성과 견고함을 우선해 시대정신을 잘 나타냈고, 명료한 톤 컬러와 균형감 있는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은 몰입감 높은 연주를 이끌어 냈다.

메인 프로그램 마지막 연주는 베토벤 나인 심포니 4악장이었다. 이날 객원으로 초청된 충북도립교향악단과 원주시립, 천안시립이 강릉시립합창단과 협업해 쏟아낸 베토벤의 `합창'은 관현과 인성(人聲)의 구조미를 충실하고 밀도 있게 표현해 낸 연주였다. 이어진 앙코르곡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은 강릉시향의 미래를 암시하는 격정과 비전의 팡파르로 울려 퍼졌다. 강릉시향의 앞날이 한껏 기대되는 기념비적 연주였다.

[출처 : 강원일보 / 취재팀]
운영자 0 786 2018.01.08 09:09

Comments

강릉뉴스 목록

강릉시의회, 신년 참배로 2024년 의정활동 시작
강릉시, 희망찬 제일강릉시대 위해 2024년 시무식 개최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소장품전 ‘컬렉션23’ 재개최
강릉 바다 때린 쓰나미…日 지진 발생 2시간만에 높이 85cm로 왔다
[오늘의 날씨] 한글날 '흐림'…오후부터 전국 곳곳 비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