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 "내집처럼 편안 사람 냄새 가득한 강원의 정서 담았죠"

강릉운영자 0 56 2021.11.12 01:34
영화 `강릉'으로 돌아온 영월 출신 배우 유오성



고향서 촬영이요? 내 집처럼 편안했죠사람 냄새 가득한 강원의 정서 담아내지역토박이로 조직 2인자 `길석' 役욕심 났고 잘할 것 같아 역할 달라해자연스러운 강릉 사투리 쉽지 않아 50대 중반에도 액션 연기 거뜬 일주일 4일 넘게 운동 꾸준히 관리 함께 동행했던 윤영빈 감독“항상 다른 배우들 잘 보이도록 한 발짝 물러서는 사람이다” 평가

 영월 출신 배우 유오성(55)이 영화 ‘강릉’으로 돌아왔다. 지난 4일 춘천 강원일보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유오성은 강원도 사람들이 주축이 돼 만든 영화 강릉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다. 실제로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윤영빈 감독도 고향이 강릉이다. 인터뷰는 원래 유오성만 하기로 돼 있었지만 뜻밖에 윤 감독도 동석했다. “혼자 보내면 불안해서” 함께 왔단다. 나이로 따지면 유오성이 한참 형뻘임에도 이렇게 서로 불안해(?)하며 함께 다니는 것을 보면서 참 가까운 사이구나 싶었다. 감독과 배우를 나란히 앉혀두고 시작한 인터뷰는 이날 강원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해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영화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건설되는 최고의 리조트 건설·운영권을 두고 서로 다른 조직이 벌이는 야망과 음모, 배신을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유오성은 지역토박이로서 나름의 원칙과 신의를 지키며 살고 있는 조직의 2인자 ‘길석’ 역을 맡았다. 배우 장혁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 ‘길석’이란 배우의 캐릭터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는 뜻밖의 고백을 했다. “사실 김준배 배우가 연기한 ‘최무상’ 역할을 제안받았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길석역에 욕심이 났다. 왠지 내가 하면 잘할 것 같다는 필이 온 거다. 그래서 감독님을 계속 설득했다. 이 역할 나에게 달라고.” 그래서 결국 유오성은 ‘길석’ 역할을 맡게 됐다. 한마디로 감독의 캐스팅 계획을 넘어 본인이 그 자리를 차고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길석이라는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애썼다. “원래 연기는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길석 역을 만난 뒤 처음으로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진득하게 녹아들지 못하면 배우로서 아쉬울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길석의 강릉 사투리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더 자연스럽게 강릉 사투리를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영서지역인 영월이 고향인 탓에 구수하고 정감 넘치는 억양이 배어있는 강릉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말투에 신경 쓰다 보니 연기의 흐름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풀어준 것이 윤영빈 감독이다. 유오성은 “오히려 감독님이 인물의 정서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사투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해서 그나마 편하게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함께 연기를 한 배우들의 합이 너무 잘 맞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액션물 자체가 상대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 영화에 함께한 장혁, 오대환, 박성근, 이현균, 신승환 등과는 촬영을 할수록 흐트러짐 없는 케미가 맞춰졌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연기를 주고받는 배우들의 연기 서사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유오성은 “다른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고 액션을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는 바람에 영화에서 따로 ‘길석’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지나가는 말로 ‘묻어갔다’고 이해하시면 된다. 그 정도로 찰떡 호흡이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50대 중반. 나이 어린 후배들과 액션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을까.

 유오성은 “배우는 감정과 심리를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짚으면서도 “신체 또한 연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실제 그는 이번 영화 강릉뿐만 아니라 다른 느와르 주인공으로 변할 때에도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1주일에 4일 이상 운동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항상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그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화면을 함께 구성하는 이들과의 ‘시너지’였다. 이에 대해 윤영빈 감독은 “유오성 배우는 신(Scene)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내공과 연기력을 갖췄으면서도 항상 다른 배우들이 잘 보이도록 한 발짝 물러서는 사람”이라며 “감히 배우들이 살아 있는 영화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오성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촬영한 소감을 물었다. 유오성은 “감독님이 강릉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이곳의 정서와 사람 사는 얘기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님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소에서 나 또한 내 집처럼 매우 편안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면서 “영화의 전개는 살벌하지만 배우와 스태프들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라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영화 ‘강릉’에 대해 그는 두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하나는 ‘강원도’, 또 하나는 ‘코로나 이후’였다.

 그는 “영화에 강원도를 담고자 애썼다. 투박하지만 그 속에 낭만과 애정이 담긴 강원도 정서를 만끽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강릉은 한마디로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원도는 그동안 핍박을 떠나 무관심한 동네로 대접받았다. 지금까지 비춰지지 않았던 강원도의 진정한 모습이 잘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이후 한국영화의 첫 스타트를 끊는 작품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영화 ‘강릉’을 시작으로 위드 코로나 시기, 한국 영화계에 순풍이 불었으면 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영빈 감독도 광복 이후 개발의 수혜를 받지 못했던 강원도는 대중 영화 속에서 항상 있는 그대로 담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강원도의 정서가 잘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으러 가겠다며 활짝 웃는 유오성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첫인상은 좀 험상궂지만 알고 나면 성격 좋은 동네 아저씨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강릉도 그럴 것이란 예감이 왔다. 조직 간 사활을 건 느와르 장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는 그런 영화 말이다. 회사 앞에서 헤어진 그의 뒷모습을 막 떠오른 달이 따라갔다. 곧 달빛이 그의 앞길도 환하게 비추겠지. 영화 ‘강릉’의 미래처럼.

forest@kwnews.co.kr

네이버 뉴스
출처 URL :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87&aid=0000868069


articleCode : 189d2fa7a8
강릉운영자 0 56 2021.11.12 01:34

Comments

강릉뉴스 목록

강릉시의회, 신년 참배로 2024년 의정활동 시작
강릉시, 희망찬 제일강릉시대 위해 2024년 시무식 개최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소장품전 ‘컬렉션23’ 재개최
강릉 바다 때린 쓰나미…日 지진 발생 2시간만에 높이 85cm로 왔다
[오늘의 날씨] 한글날 '흐림'…오후부터 전국 곳곳 비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