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관현악단 ‘판문점→강릉→서울’ 南서 역대 최장거리 이동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파견하는 ‘삼지연관현악단’은 남북 교류사에 몇 가지 기록을 세우게 된다. ①역대 최대 규모 140명 ②서울 이외 도시 첫 공연 ③남한서 역대 최장거리 이동 ④남한 고속철도(KTX) 최초 탑승 등이다. 남북은 15일 실무접촉에서 이 같은 방남(訪南) 계획에 합의했다. 체류 기간 등은 17일 실무회담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예술단의 남한 공연은 2002년 8월 이후 15년6개월 만이다. 140명이나 되는 인원은 남한에 왔던 북한 예술단 중 가장 많다. 삼지연관현악단은 평양에서 발대식을 갖고 판문점으로 이동해 관련 절차를 밟은 뒤 방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내려오는 것 역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판문점을 통과한 뒤에는 곧바로 평창과 강릉을 향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런 경로를 제시했다. 남측이 제공하는 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에는 ‘남측이 북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날 강릉에서 첫 공연을 한다. 공연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최문순 강원지사가 언급했던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다. 무대 수용인원 150명에 객석 900개를 가진 이곳 외에는 대안이 별로 없다. 연주곡목과 관련해 북측은 ‘민요와 고전음악’을 거론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공연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지연관현악단’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삼지연악단’은 ‘세계만화영화묶음’이란 제목으로 디즈니 등 해외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연주한 적이 있다.

남북은 ‘북측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진행한다’고 합의했다. 북한 예술단 공연이 서울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열리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이번 행사는 우리 초청에 따라 북측이 방문해 진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축하공연 성격”이라고 말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강릉 공연 이후 서울로 이동한다. 남측은 경호와 편의를 고려해 KTX 이용을 제안했다. 이들은 판문점→강릉→서울→판문점의 경로를 따라 움직이게 된다. 북한 인사들이 남한에서 이동하는 동선으로 역대 최장거리다. 서울 공연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규모 공연단임을 감안하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장충체육관 등이 유력하다.

남북은 5개 항목 공동보도문을 통해 공연 장소와 무대 조건, 필요 설비, 기자재 등 실무적 문제를 상호 협의 하에 원만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북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전 점검단을 파견한다.



◇ 삼지연관현악단은?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어떤 예술단인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북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9년 창단된 ‘삼지연악단’이 존재하지만 이번에 내려올 삼지연관현악단과 같은 악단인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 공연을 치르기 위해 새로 조직한 악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측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격을 맞추기 위해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를 내세운 바 있다. 삼지연관현악단이 어떤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국장은 실무접촉 회담에서 “대교향악에 (남측이) 열렬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관현악단 단장’ 자격으로 실무접촉에 참석함에 따라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의 남한 공연이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남북 공동보도문에 모란봉악단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예술단 구성에 따라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삼지연 관현악단 단원 자격으로 내려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삼지연관현악단이 기존에 있던 것을 확대 개편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현 단장의 직책인 관현악단 단장이 국가 전체의 관현악단 단장을 말하는 건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 남북회담 ‘데뷔’ 현송월… 존재감 드러내

실무접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북측 수석대표인 권 국장은 회담장에서 우리 측을 맞아 날씨 이야기부터 꺼냈다. 권 국장은 “지금 대한이 가까워 오는데 날씨가 별로(아주) 훈훈하다. 올해 봄이 아주 빨리 오려는가보다”면서 “우리 예술단이 남측에 나가는 계절을 보면 입춘이 지나고 봄에 열기가 환한 좋은 계절”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날씨가 며칠 전부터 계속 추웠는데 오늘 회담도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화답했다.

남북 회담 무대에 처음 데뷔한 현 단장은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 단장은 짙은 남색 투피스에 꽃 모양 브로치와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등장했다. 우리 측 대표단은 회담장인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 입구에서 수석대표인 권 국장에 이어 곧바로 현 단장과 인사를 나눴다. 현 단장은 회담장 입장 때도 권 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왔다. 그가 대표단 서열 2위임을 드러낸 것이다.

현 단장은 대좌(대령) 계급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올랐다. 현 단장이 녹색 악어가죽 핸드백에서 수첩을 꺼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핸드백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 : 국민일보 /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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