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근거 없는 출전 자격 논란…그녀들은 당당히 올림픽 무대를 밟을 자격이 있다!

문제 없는 자동 출전권과 대표팀의 경쟁력

1. 동계 올림픽 개최국이 아이스하키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 경우는?
☞ 정답 : (남녀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2. 그렇다면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개최국이 자력으로 출전권을 딴 경우가 많을까요? 아니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획득한 경우가 많을까요?
☞ 정답 :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획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 안 주면 이상한 개최국 자동 출전권

상기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만으로도 최근 불거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평창 올림픽 출전 자격 논란에 충분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동계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며 입장권 수익의 40~50%를 차지하는 아이스하키 종목에서는 개최국의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올림픽의 흥행 등을 고려해) 자동 출전권이 주어졌고, 이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건 지금까지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받아서 올림픽에 나섰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 대표팀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여자 아이스하키 개최국 자동 출전 역사

1920년부터 100년 가까운 올림픽 역사를 자랑하는 남자 아이스하키와 달리 여자 아이스하키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데뷔와 함께 개최국이 자동 출전권을 받았습니다. 나가노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는 총 6개국이 출전했는데,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1997년 세계선수권 상위 5개국과 더불어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세계적인 강팀들과 격차가 컸던 일본은 홈 팬들 앞에서 5전 전패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강 캐나다에 13대 0, 미국에 10대 0으로 패하는 등 3경기에서 두 자리 수 점수 차로 졌고, 전체 5경기에서 단 2골을 기록하고 무려 45골을 허용해 홈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출전국가가 8개로 늘어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은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뽐내는 미국이 개최국이었기 때문에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필요 없었습니다. (2002년 올림픽은 2000년 세계 랭킹 기준 상위 6위까지 6개국에게 출전권이 주어졌고, 세계 7위~10위 팀이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나머지 2장의 출전권을 다퉜습니다. 미국은 2000년 세계 랭킹에서 2위를 기록해 가볍게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개최국 자동 출전권은 바로 다음 대회인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세계 17위였던 개최국 이탈리아는 1998년의 일본처럼 홈 관중 앞에서 연전연패 했습니다. 캐나다에 16대 0, 스웨덴과 스위스에 각각 11대 0으로 패하는 등 5경기에서 47골을 내주고 3골을 넣는데 그쳐 8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가 너무 일방적으로 패하면서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없애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개최국 자동 출전권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2010년 올림픽은 세계 최강 캐나다의 홈 밴쿠버에서 열린 까닭에 홈 팀 캐나다가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받지 않고 출전했지만 (캐나다는 2008년 세계 랭킹 1위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냈고, 본선에서는 5전 전승을 기록하며 개최국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러시아가 다시 개최국 자동 출전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소치 올림픽 출전권은 2012년 세계 랭킹 5위까지 5팀에게 먼저 출전권이 주어졌는데, 러시아는 당시 6위에 머물러 세계 랭킹으로는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받아 예선을 치르지 않고 본선 무대를 밟았고 모두가 당연하게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 B조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두는 등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받아 출전한 팀으로는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출전 선수들의 도핑이 적발되며 최종적으로는 모든 기록이 무효가 되고 실격 처리됐습니다.

● 부끄럽지 않은 경쟁력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동안 5차례의 올림픽에서 개최국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자동 출전권을 받아서 나간 경우는 3차례나 됩니다. 그리고 앞서 일본이나 이탈리아 같은 홈 팀들은 평균 8점 차 이상의 대패를 당해왔습니다. 과연 우리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998년 일본이나 2006년 이탈리아보다 경쟁력이 없을까요? 우리 대표팀의 현재 세계 랭킹은 22위로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8팀 가운데 랭킹이나 객관적인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렸고, 비약적으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2013년 28위였던 대표팀의 세계 랭킹은 2014년 24위, 2015년 23위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4부 리그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22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실제 전력은 현재 랭킹보다 더 높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 3대 0, 8월 스위스와 평가전에서는 5대 2로 패했습니다. 이들 2경기 모두 우리의 원정 경기였고, 일본과 스위스가 정예 멤버로 나섰지만 우리도 3점 차 승부를 펼치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들과 다시 맞붙을 평창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단일팀 문제로 전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 한국 선수들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동계 올림픽 출전권은 국제 아이스하키 연맹 IIHF의 연차 총회에서 그때그때 결정됩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르네 파젤 IIHF 회장이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랭킹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전례로 볼 때 개최국이 출전권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고, 우리의 경쟁력도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남북 단일팀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력에 차질을 빚을까봐 우려를 표한 한국 선수들을 향해 일부에서 “올림픽에 나설 실력도 안 되면서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고도 불만이 많다”, “제 밥그릇만 찾고 이기적이다”라고 비난할 이유나 근거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단일팀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고, 한국 선수들은 마음을 추스르며 훈련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평창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선수들을 향해 더 이상은 비수를 꽂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열정과 노력만으로도 그들은 비난이 아닌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출처 : SBS 뉴스 / 김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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