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급한 한국 관광] 진화 멈춘 한국 관광, 비용만 폭등 “차라리 외국으로”

최고관리자1 0 25 2022.10.29 03:00
━  SPECIAL REPORT     



지난 14일 김포국제공항 카운터에서 일본행 항공편 탑승객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들어온다. 인왕산에서 만난 알렉스(38·웨일스)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불러 관광하러 왔다”고 했다. 그런데 더 많이 나간다. 권모(53)씨는 “비싼 제주보다 오사카가 차라리 낫다”며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했다.      들어오면 많이 쓴다. 그런데 나가는 이가 더 많으니 더 많이 쓴다. 이렇게, 한국 관광 경쟁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뿌리 깊다. 관광수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내리 적자다. 한해 통계가 온전히 나온 2021년의 30년 전인 1991년부터 치면, 외환위기 영향을 받은 1998~2000년 등 4개년을 빼고 27개년이 적자다. 올해도 8월까지 34억 달러 적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5억 달러 적자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사람(인바운드)도 많아지고 나가는 사람(아웃바운드)도 늘어난 10월, 한국 관광의 현장을 찾아갔다.    올 중국 관광객 9%, 2019년 34%서 급감   



14일 독일인 크리스가 명동의 노점에서 다른 외국인들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홍준 기자          지난 14일 저녁 ‘불금’의 명동 거리는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독일인 크리스(30)는 “사업차 열흘 일정으로 왔는데, 나흘은 한국 여행을 할 것”이라며 “오늘은 경복궁과 명동을 찾았고, 내일은 남산에 ‘따릉이(서울시 공용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는 노점에서 만두를 사 먹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의 옆에는 동남아,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24, 25일에도 명동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지난 16일 프랑스에서 입국한 세라(27)는 “한국 드라마·음식·노래를 좋아해 명동에 들렀다”며 50여 개의 마스크팩과 각종 화장품이 담긴 쇼핑백을 열어 보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4월 명동 상권을 취재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명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일상회복 초읽기에 들어선 모습이었다. 기사 제목도 ‘절반이 빈 명동 상가, 외국인 발길 늘어 봄바람 기대’(4월 23일자)였다. 6개월이 지난 현재의 명동은 노점상도, 유동인구도 확 늘었다. 명동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유모(35)씨는 “인근 식당 모두 장사가 잘되는 것 같고, 우리 가게의 경우 매출이 석 달 전보다 45%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김수현 관광통역안내사는 “명동에서 안내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4~5월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관광객이 30~40%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급감은 타격이 크다. 명동에서 20년 째 액세서리 판매를 하는 노점상은 “음식점은 매출이 늘었을지 몰라도 이런 공산품 매출은 아직 부진하다”며 “중국 관광객이 와야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8월 중국 관광객은 전체 외국 관광객의 8.9%인 12만 명에 그친다.  28만 명(20.3%)인 미국에 이어 2위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34%(389만 명)로 전체 관광객 중 압도적 비율의 1위에서 급감했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지난 1일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의무 해제로 코로나19 관련 빗장이 다 풀렸다. 1달러=1413원까지 치솟은 ‘킹달러’까지 겹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많이 들어온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까지 10년간 외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인이 외국에서 쓰는 돈은 1인당 1000달러 안팎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은 1인당 5228달러, 한국인은 1인당 3913달러로 격차가 벌어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인은 달러 강세에도 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행이 두드러진다. 원-엔 환율이 낮아져  비용 부담이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1월 1065원 수준이었던 원-엔 환율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로 지난 6월에는 934원까지 낮아졌다가 이달 966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숨통은 또 트였다. 물가가 싼 동남아로 향하는 발길도 늘었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은 출국하려는 손님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출발한 인천발 여객기 62대 중 17대가 일본을 향했다. 오사카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양재형(54)·박소은 모녀는 “해외 국가 중 가장 가깝고, 여행비용도 저렴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일본을 자주 다녀왔다”며 “비슷한 비용이 든다면 이미 자주 즐긴 국내여행보다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해외여행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4박 5일간 오사카로 떠나는 김모(28)씨 일행은 “일본을 자주 다녀왔었는데, 이번에 환전할 땐 확실히 다르다는 게 체감됐다”며 “현지에 도착해서 쇼핑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도 좀 더 과감한 소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3박4일 골프, 태국 73만원 vs 한국 120만원   



지난 8월 국내보다 저렴한 태국 파타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인 김윤경씨 일행. [사진 김윤경]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한 여객 수는 약 6만 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아직 42% 수준이지만 항공업계의 노선 증편이 본격 시작되며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말부터 인천~나리타를 주 10회에서 12회로, 인천~오사카를 주 7회에서 10회로 각각 증편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운행 중단되었던 인천~삿포로 여객기를 30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제주를 비롯한 관광지의 숙박·렌털 등 각종 비용이 치솟으면서 한국인들은 “그 돈이면 차라리 외국으로 떠나자”는 심리도 강하다. 정옥연(57)씨는 “똑같이 3박 4일 정도 골프를 친다면 태국이나 필리핀으로 가는 게, 1인당 70만원 정도는 싼 것 같다”며 “또 한국 골프장에서는 앞뒤 팀 눈치 보느라 서두르기 마련인데, 해외에서는 느긋하게 즐기다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경(46)씨는 “8박 9일간 태국에서 4명이 골프 여행을 하며 1인당 250만원씩 들였다”며 “제주에 가면 하루 차량 렌털 비용이 25만~      30만원, 골프장 이용료 20만원, 캐디 비용 15만원에 숙박비가 20만원인데 차라리 태국에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H투어와 G골프 여행사의 3박 4일 골프 여행 상품을 비교한 결과 제주도 120만원, 방콕 73만원으로 패키지 가격만 5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해당 가격은 캐디 비용, 카트 사용료 등은 제외한 것으로 제주도가 태국보다 3~4배 정도 더 나가는 것을 포함하면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한국관광공사가 밝힌 지난 8월 출국한 한국인 관광객은 70만 명. 6월의 41만 명보다 30만 명 가까이 늘었다. 통상 가을에 관광객이 많이 나가는 것을 고려하면 10월은 내국인 출국자 수는 8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가 밝힌 지난 1~24일 입국자(국적 불문) 수는 86만명이다. 반면 8월 외국인 관광객은 31만명이 들어왔다. 8월 관광수지 적자는 6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가 30억5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8월 기준으로 14년 만에 첫 적자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여행·운송), 배당·이자 등 소득수지로 구성된다. 한 국가가 무역, 해외 투자, 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8월 상품수지 적자가 44억5000만 달러에 달하면서 타격이 컸다. 서비스수지는 7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중 여행수지 적자가 9억7000만 달러였다. 여행수지에서 유학 관련 비용을 뺀 관광수지 적자는 5억9920만 달러. 그동안 상품수지 흑자를 통해 고질적인 여행수지 적자를 메웠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 되면서 한국 관광이라는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날 “관광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경쟁 대상 일본은 총리가 직접 관광 챙겨     



마이클(오른쪽)의 초청으로 인왕산을 찾은 알렉스가 흥에 겨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통상 관광 경쟁력은 비교 대상과의 비교적 우위를 의미하는데, 한국은 대체로 일본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2014년 인바운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일 관광 경쟁 우위는 일본으로 돌아섰다. 2014년      한국 1420만명, 일본 1341만명이었던 인바운드는 이듬해 각각 1323만명, 1974만명으로 뒤집어지며 차이가 벌어졌다. 아베가 직접 관광입국의 사령탑을 맡으며 국가 성장과 지방 살리기에 나선 덕이다. 이훈 원장은 한국 관광 경쟁력의 돌파구를 지방에서 찾고 있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이라는 ‘국가’에 오는 것이 아니라, 목포·안동·전주·강릉 등 ‘지역’이 구체적 관광목적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관광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조우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국가적으로는 단기 차원에서 비자 면제를 과감히 하고, 더 개방적인 제도와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관광 경쟁력은 인바운드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웃바운드도 중요하다”며 “해외로 나가 좋은 여행 경험을 가져야 우리 관광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예비후보 때 “문화체육관광부의 외청으로 관광청을 신설, 제주에 유치하겠다”며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현재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6일 정부조직개편안 때 관광청 신설은 빠졌다. 게다가 당초 대통령 산하 기구로 추진됐지만,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격하돼 2017년 출범한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이름뿐인 협의체로 전락했다. 박정하 중부대 호텔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관광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체부 산하의 공사가 관할할 것이 아니라 독립된 ‘관광청’ 수준으로 승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이 좋아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다. 그 물은 자연과 문화에서 길어와야 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과 문화다(그래픽 참조). 관광 행위도, 관광 정책도 전략이다. 14일 점심 무렵 인왕산에서 만난 올페르트(35·네덜란드)는 “한국 물이 너무 좋다”고 했다. 입국 이틀째, 그는 어느새 한국 ‘물’의 의미를 알았을까. 아니면 한 모금 ‘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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