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가마니 깔고 수업…식민지배·전쟁 관통 백년 배움터

최고관리자1 0 17 2022.11.23 03:00
[도내 초교 5곳 올해 개교 100주년]춘천 남산초 기념행사 열어6·25 전쟁당시 폭격 학교 불타"열악했지만 그 시절 추억있어"한때 600명 재학생 현재 54명



춘천 남산초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남산초교를 포함해 올해 강원도내 초교 5곳(춘천 남산초, 강릉 성산초, 삼척 근덕초, 홍천 두촌초, 정선 임계초)이 올해 개교 100년이 됐다.이들 학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을 비롯해 산업화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함께했다. 지역주민들에게도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이 배우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의 중심축으로서, 마을과 함께 호흡하는 소중한 의견 교환의 장이다.일제의 조선교육령 선포에 따라 지난 1922년 남산공립속성학교로 문을 연 춘천 남산초는 개교 후 첫 22년 동안 남산심상소학교, 남산국민학교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일본인이 교장을 맡았다. 교내에는 일장기가 걸렸고, 학생들은 일본식 교육을 받는 아픈 역사였다. 1945년 8월 15일 독립을 맞이함에 따라 처음으로 한국인 교장(12대 이병대)이 부임했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학교 교육은 중지됐고, 결국 학교도 폭격으로 인해 불에 탔다.하지만 전쟁도 학생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1951년 5월 20일, 학생들은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바닥에 가마니를 깔면서도 수업을 들었다. 4년이 지난 1955년 9월에는 학부모들이 기성회를 조직, 1958년에는 학생·교직원·학부모가 모여 학교 담장을 새로 쌓고, 책상과 교단도 직접 만들며 학교를 다시 꾸몄다. 남산초 동문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보다 시설, 환경은 열악했으나, 그 시절만의 추억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영동(30회)씨는 본지 기자에게 "6·25가 끝난 후에는 초가지붕 밑에서 공부했다. 겨울에는 집에서 나무를 한 짐씩 가져다가 난로를 피워서 버텼다. 그래도 300명 넘는 학생이 다니면서 학교가 바글바글 했었다"고 했다.이처럼 100년의 세월 동안 한때는 600명이 넘는 재학생이 다니기도 했던 남산초는 인구유출과 인구감소 등으로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전교생이 100명을 넘었으나, 2015년 75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54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남산지역에서 태어나 첫 공직생활도 고향에서 시작했다는 신수길(30회)씨는 아들과 손주들도 남산초를 나왔으나, 결국 손주들의 학업을 위해 시내로 이사를 갔다. 신 씨는 "예전에는 학교에서 운동회를 한다고 하면 그날 하루는 마을 전체가 축제였다. 소풍을 가도 학부모들이 다 쫓아가서 십리길을 같이 걸었다. 이렇게 되돌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고 했다.남산초는 22일 교내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37회), 이은숙 총동문회장(32회)을 비롯한 남산초 동문들과 김정수 남산초 교장, 정경옥·박남수 춘천시의원, 김학배 춘천교육장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신경호 교육감은 "아이들이 잠재력과 재능을 마음껏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며, 이은숙 회장은 "학생들이 100주년 역사에 걸맞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네이버 뉴스
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54/0000025722?sid=102


articleCode : 8c093ae4af
최고관리자1 0 17 2022.11.23 03:00

Comments

강릉뉴스 목록

강릉시의회, 신년 참배로 2024년 의정활동 시작
강릉시, 희망찬 제일강릉시대 위해 2024년 시무식 개최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소장품전 ‘컬렉션23’ 재개최
강릉 바다 때린 쓰나미…日 지진 발생 2시간만에 높이 85cm로 왔다
[오늘의 날씨] 한글날 '흐림'…오후부터 전국 곳곳 비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