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전여빈과 강릉 신영극장

강릉운영자 0 29 2023.03.10 09:13
강릉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신영극장은 강릉문화의 상징이었다. 1960년대부터 운영한 이 극장은 개봉 영화가 선보일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영화 상영 외에도 공연이나 학예회 같은 여러 행사가 치러졌다. 신영극장에는 항시 “앞에서 만나자”라는 서술어가 붙어 다녔다. 입구에는 극장 관객뿐 아니라 친구와 연인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아무 택시나 잡아타고 “신영극장”이라고 이야기하면 직행을 하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기도 했다. 지난 1990년 겨울 무려 2m의 폭설이 내려 극장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시민들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시대 흐름이 바뀌면서 신영극장도 부침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으로 2009년 폐관하며 시련을 겪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시민들의 정성으로 지난 2012년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2016년 다시 재정 악화 등으로 휴관했고, 강릉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전용관에 연간 5000만원을 지원하면서 2017년 3월 재개관했다. 그러나 강원도와 강릉시로부터 받던 극장 운영 보조금이 올해 전액 삭감되면서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드라마 ‘빈센조’ 등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강릉 출신 배우 전여빈씨가, 독립영화관 ‘신영’을 지키기 위한 후원 캠페인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영은 오는 11일 오후 2시 극장에서 배우와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가 참여하는 해외 독립영화 ‘애프터 썬’ 씨네토크를 연다. 최근 개봉한 샬롯 웰스의 이 영화는 전 배우가 직접 선정했다. 그녀에게 극장 신영은 의미 깊은 장소다. 강릉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명작들을 감상했고, 영화계의 발판을 다져온 곳이다. 1990년 개봉된 프랑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처럼, 전여빈은 이곳에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강릉시민에게 신영극장은 특별하다. 청춘과 문화의 열정이 새겨 있는 극장은, 이미 영화 상영관 이상의 존재다. 맥없이 돌아가는 영사기 소리가 행여 멈출까 두렵다.

이수영 논설위원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강릉운영자 0 29 2023.03.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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