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럼]명품관광도시 강릉의 숙명

강릉운영자 0 25 2023.04.25 09:27
김기영 강릉시의장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강릉입니다. 산, 바다, 호수와 더불어 따뜻한 겨울, 미세먼지로부터 그래도 자유로운 곳이 강릉입니다. 그야말로 축복받은 땅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 이면에는 태풍, 호우, 폭설과 같은 자연재난의 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화풍(火風)이라고도 불리는 양강지풍의 공포에 봄철만 되면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통탄스럽지만 올해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 11일 경포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등에 업고 순식간에 경포지역 일대 379㏊를 초토화시켰습니다. 사망 1명을 포함한 27명의 인명 피해와 400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가져온 대참사였습니다. 공익적 유·무형 피해를 따져보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입니다. 강릉아레나(이재민 대피소)를 가득 메운 임시텐트에서는 이재민의 한숨 소리가 가득합니다.

이재민들에겐 화마의 공포가 아직 생생합니다. 삽시간에 삶의 터전을 집어삼켜 잿더미로 만든 공포와 아픔은 쉽사리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재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피해를 수습하는 것이 당연히 최우선입니다. 다행히도 정부의 발 빠른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온 국민의 따뜻한 관심이 큰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주시는 뜨거운 격려는 이재민들이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강릉은 또 다른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만개한 경포 벚꽃길이 상춘객의 차량으로 가득 차 옴짝달싹하지 못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 일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응 최고단계 동원령으로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들이 불길에 휩싸인 벚꽃길을 줄지어 지나간 뒤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경포는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관광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강릉 하면 경포, 경포 하면 강릉을 떠올립니다. 강릉은 물론 동해안을 대표하는 국민 관광지 경포라 관광업계에서 체감하는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로 긴 암흑기를 견디고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던 상황이라 그 충격은 더욱 뼈아픕니다. 봄철 미세먼지를 피해 청정지역을 찾는 사람들과 가족여행, 수학여행 등 수 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강릉시 곳곳이 북적였습니다. 게다가, 각종 국제행사 개최까지 앞두고 모두의 기대가 컸기에 썰렁한 거리는 더욱더 실망스럽게 느껴집니다. 관광도시 강릉이기에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긴다는 건 사형 선고와 같습니다. 관광객은 강릉의 생명줄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재민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관광객의 외면을 걱정해야 하는 건 관광도시 강릉의 숙명인가 봅니다. 감히 여러분께 부탁의 말씀을 올립니다. 피해지역 주민에게 ‘누(累)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손님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누가 오지 않을까’ 애태우는 시민의 마음도 한번 헤아려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미안해 말고, 주저하지도 말고 강릉으로 오시길.

매서운 바람에 산불진화헬기를 띄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기적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이제는 강릉 곳곳에 여러분의 발걸음이 내리는 또 다른 기적을 기다립니다.

잔혹한 4월을 보내고 있는 강릉시민들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여러분의 호의를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출처 : 강원일보
강릉운영자 0 25 2023.04.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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