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자 며느리'는 안 된다고?… '각본' 밖 가족을 상상하기

최고관리자1 0 11 2023.08.23 15:01
『가족각본』 저자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교수"기존 가족담론, '전통·미풍양속' 내세워 상상력 단절시켜""재생산과 돌봄은 '권리'… 형식보다 실제 관계 보장해야"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인생의 관문이 있다. '졸업-취업-결혼-출산'이다. 이를 '생애각본'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의 삶이 영화나 연극의 '시나리오'처럼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이 '순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어딘가 모자란 것으로 평가받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에도 성별에 따른 '각본'이 있다는 것이 『가족각본』을 쓴 김지혜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동성혼을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운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문구를 보고 '도대체 며느리가 뭐길래 남자는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걸까?'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동성혼을 허용하면 가족이, 나라가 무너진다는 걸까.베스트셀러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이자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를 낱낱이 파헤쳤다.- 제목이 <가족각본>인데, 이렇게 정한 이유는."생애각본처럼 '각본'이란 용어를 종종 사용하는데, '가족각본'이라는 말은 많이 쓰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조합하니까 한국 상황을 잘 설명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 내 역할이 성별에 따라 세분돼 있고 가족구성에도 공식이 있는데, 이런 각본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사회적인 생애 과정도 가족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은데, 그래서 가족 제도를 더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출생률이 떨어져 문제라고 하면서도,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미혼모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우리 사회는) 아동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관념이 공고하다. 그것이 결혼 밖에서 아동을 낳은 사람에 대한 낙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합리한 제도다.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어떤 집안에서 어떻게 태어났느냐, 부모가 결혼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혼과 출산은 하나여야 한다'는 가족제도를 유지하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누구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거고 어떤 목적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각본』(김지혜 지음, 창비 펴냄) ⓒ창비- 결혼하고도 출산하지 않는 일명 '딩크족' 가정은 '애 안 낳을 거냐'는 주변 어른들의 핀잔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며느리'에게 이런 압박은 더 심한데."전통적으로 '며느리'는 여성이 가족에 종속되는 기제이자 특수한 역할을 맡은 지위였다. 알다시피 '며느리'의 역할에는 '가문'의 대를 잇는 과업도 있었다. 과거에는 재생산을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가족과, 나아가 국가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하나의 의무로 여겼다고 생각된다. 이런 관념이 지금도 남아, 재생산에 관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기보다 가족과 사회를 위한 행위라고 여기고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재생산에 관한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런 결정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뭘 하든 개인의 자유'라는 게 현대의 불문율인데, 동성결혼 등에 대한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동성커플이 결혼한다고 해서 이성커플이 결혼을 못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공식적인 가족을 형성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왜 동성혼 때문에 결혼제도 자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해봐야 한다. (이성애와 이성결혼을) 하나의 '질서'로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믿음 때문에 '왜 벗어나면 안 되는지' 질문조차 못 하게 되는 것 같다. '전통'과 '미풍양속'을 내세워 사고를 정지시키고 상상력을 단절시키는 담론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제도'도 최근 굉장히 화제인데."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다고 하는 취지부터 수긍하기 어려운 불편한 부분이 있다. 가족이라는 게 사람을 생산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돌봄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사람을 계속해서 노동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나오는 정책이라 더 불편한 것 같다. 왜 기업의 변화에 대해서는 충분한 얘기가 없을까. 일부 변화하는 좋은 기업들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노동시간은 여전히 길고 유연함이 떨어져 가족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런 제도를 먼저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 18일 김지혜 교수가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현재 상황에서 '다양한 가족'의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지."희망이 없지는 않다. 지금의 민주주의 구조에서는 개인의 목소리와, 그걸 지지하는 흐름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 흐름이 제도를 바꾸는 국회나 정부에까지 미치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선거제도를 통해서도 아직 성별, 나이, 장애,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이주배경 등 여러 측면에서 시민의 다양성이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부, 사법부 등 구성에서 다양성이 확보되도록 학자들의 연구와 제안도 필요하다."- '가족'의 정의를 내린다면."'서로 돌보는 생활공동체'다. 돌봄은 대부분 '부담'으로만 이야기 되지만 '권리'이기도 하다. 가족의 형식을 지키는 것보다 실제 돌봄 관계에 주목해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지난번 책도 그렇고 이번에도 '발제'하듯 '화두'로서 던졌다. 가족제도를 다각도에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가족 이야기를 잘 못한다. '슬픈 이야기'로만 생각해서 꺼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 조금은 '건조하게'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다보면, 경험에 대해서도 무겁지 않게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네이버 뉴스
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09681?sid=102


articleCode : 0ebad7063f
최고관리자1 0 11 2023.08.23 15:01

Comments

강릉뉴스 목록

강릉시의회, 신년 참배로 2024년 의정활동 시작
강릉시, 희망찬 제일강릉시대 위해 2024년 시무식 개최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소장품전 ‘컬렉션23’ 재개최
강릉 바다 때린 쓰나미…日 지진 발생 2시간만에 높이 85cm로 왔다
[오늘의 날씨] 한글날 '흐림'…오후부터 전국 곳곳 비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