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잘못 있을 때 교육은 시작된다”…‘창간 멤버’ 최승룡 선생님

최고관리자1 0 12 2023.08.23 15:01
[기승전21]



최승룡 제공최승룡(59) 전 강원도교육청 교육연수원장은 <한겨레21> ‘창간 멤버’다. 1994년 3월 창간호 표지이야기(‘21세기, 열네 살의 도전’)에 딸린 ‘다섯 동네 다섯 아이들’ 기사에 젊은 그가 밝게 웃는 사진이 인터뷰와 함께 실렸다. 1989년 9월 강원도 태백시 황지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최 전 원장은 2022년 8월 퇴직했다. 교직 전반기엔 현장 사회교사로 ‘신문활용교육’(NIE) 등에 열성을 냈고, 후반기엔 도교육청 대변인과 교육과정과장·강릉교육지원청 학생지원센터장 등을 두루 거쳤다. 강릉 시내 아파트에서 살던 그는 퇴직 뒤 고향 주문진에서 차로 5분 거리(강릉시 연곡면)로 이사했다. 아파트 판 돈으로 초등학교 옆에 집을 지었다. “퇴직해서도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정년보다 빨리 퇴직했다.“여러 변수가 있었는데, 2022년 교육감 선거가 끝난 뒤 바로 퇴직을 결정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강원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민병희 교육감이 3연임으로 출마가 제한됐고, 보수 성향 신경호 후보가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 아쉬움이 많았는데, 일단 후배 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나야 연금 수령 대상이라 퇴직해서 ‘보기 싫은 거’ 안 보면 그만인데, 함께했던 젊은 교사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은퇴해 자괴감이 크다. 미안한 마음에 후배한테 전화 오면 깜짝깜짝 놀란다.”(웃음) ―<21>과 인연이 깊은데.“2000년이 되면 성인이 되는 대도시·중소도시·탄광촌·섬마을 등의 중학생 5명을 인터뷰한 기사가 창간호에 실렸다. 태백 황지중에 근무할 때라 출장 온 <21> 취재진 안내도 하고 인터뷰도 한 기억이 있다. 학교 현장에 있을 때는 <21>을 수업에 많이 활용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회교사모임 소속이었는데, 방학 때 열리는 참교육실천대회 때 <21> 기사와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접목한 수업 사례 발표도 했다.”―전교조 활동은 언제부터 했나?“1989년 5월 전교조 창립 직후 1500명이 해고됐는데, 나는 그해 9월1일자로 발령을 받아 ‘광풍’에 휘말리지는 않았다. 발령 첫달 곧바로 전교조에 가입했다. 그때는 가슴에 불길이 활활 타오를 때니까.(웃음) 당시는 전교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때라 학교 쪽에 가입 사실을 알렸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1992년 해직자 원직복직 요구 서명운동을 하면서 압박이 시작됐다.”―민병희 전 강원도교육감과 인연이 깊은데.“1989년 겨울 전교조 강원지부 연수 때 처음 만나 얘기를 많이 나눴다. (수학교사 출신인 민 전 교육감은 1989년 해직됐다가 1994년 복직 뒤 전교조 강원지부장을 지냈다.) 2005~2006년 전교조 강릉지부 전임으로 일하면서 ‘학부모 대하듯 기자들에게 교육 현실을 설명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대변인직을 신설해 일한 경험이 있다. 2010년 민 전 교육감이 당선된 뒤 인수위에 참여했고, 첫 도교육청 대변인을 맡았다. 그때 홍보관실 대신 대변인실을 운영한 건 경기와 강원 두 곳뿐이었다.”―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이후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젊은 교사가 기댈 데가 없는 원인은 중견 교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2012년에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넣기로 결정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문제의 원인 제공자다. 당시 강원·경기·전북 등 진보 교육감들은 모두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명확했다.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면 사법당국은 법적 처벌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교육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무심하게 본 건 없을까, 가정 또는 사회적 문제는 없을까…. 끊임없이 되묻고 반성하고 진단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부에 기재하면 법적인 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학부모, 특히 돈이 있는 학부모만 힘이 세졌다.”최 전 원장은 퇴직 당시 30년 이상 근속한 교육자에게 주는 ‘퇴직교원 정부포상’을 거부했다. 그는 사유서에 이렇게 썼다. “그동안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했느냐는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하지는 못하지만, 교육자로서 제 삶의 평가를 ‘대통령 윤석열’ 이름으로 포상받는 것에는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에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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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4862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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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1 0 12 2023.08.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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