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사라진 오징어 찾습니다 [심층기획-그 많던 동해 오징어는 어디로]

최고관리자1 0 6 2023.08.24 15:01
중국어선이 싹쓸이, 수온상승 못견뎌2023년 어획량 836t… 2022년比 60% 그쳐일부 어민은 1척당 1400만원 내고러시아 어장으로 원정조업까지장기조업 비용부담 "오히려 손해"선원들 떠나 인력난까지 악순환공급량 대폭 줄며 소비자가 치솟아한때 횟감용 1마리 2만5000원 달해상인들 단가 안맞아 장사 포기 속출"손님들 바가지라고 의심해 속상"지역축제도 사라져 경기침체 우려“올해는 오징어가 정말 없습니다.”  지난 20일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 30년 넘게 오징어 채낚기 어선을 몰아온 윤국진(65) 선장이 동료들과 함께 출항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배에 시동을 걸자 오징어 어군을 탐지하는 긴 막대기처럼 생긴 레이더가 원을 그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선원들은 배와 항구를 연결한 밧줄을 풀어냈다.    



  앞서 6월 중순 울릉도 인근에서 3박4일간 조업한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바다로 나간다는 윤 선장은 “올해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서 배를 움직이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다고 계속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내일 아침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가까운 곳까지만 나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다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다음 날 만난 윤 선장은 오징어 800마리를 잡았다고 알렸다. 평균적으로 1두름(20마리)에 15만∼2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600만∼800만원 수익을 올린 것이다. 기름값과 선원들 임금 등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적어도 2000마리는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번 조업은 사실상 적자인 셈이다.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면서 어민들은 러시아 연해주 어장으로 원정 조업에도 나서고 있다. 동해에서 1800㎞ 떨어진 러시아 수역에는 현재 강릉·속초에서 출발한 어선 20척을 비롯해 33척의 채낚기 어선이 입어료를 내고 조업 중이다. 2001년 정부와 러시아가 맺은 협정에 따라 어선 1척당 1400만원을 내면 10월까지 현지 바다로 나갈 수 있다.     국내 채낚기 어선에 배정된 어획량은 1척당 오징어 91t이다. 그렇지만 러시아 어장도 과거와 달리 신통치 않다는 게 어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과거 원정 조업에 참여했었다는 선주 이모씨는 “1개월 이상 바다에 머물러야 해 경비가 많이 든다. 이에 더해서 위험 부담도 높다”며 “올해는 러시아에서도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원들 떠나고 어선은 매물로 나와  강릉 주문진항을 기반으로 조업하는 100여대의 다른 연안 어선들 사정도 윤 선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선주 김모씨는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선원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며 “일하겠다는 선원이 없으니 오징어를 잡기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원 4명이 김씨의 배에서 함께 일했지만 올해 들어 일거리가 없자 2명이 막노동이라도 하겠다며 떠났다. 



  일부 선주들은 오징어를 포기하고 가자미 등 다른 어족을 잡는 것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은 조업 자체를 중단하고 어선을 매물로 내놨다. 오징어 어획량 급감하고 있는 데다 3억∼4억원에 달하는 어선의 가격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요즘 주문진항에는 한동안 바다에 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어선들이 줄지어 멈춰선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안으로부터 70마일(112㎞) 이내 바다에서만 조업하는 연안 어선은 대부분 9.7t급이다. 이들 어선은 출항할 때마다 어업용 고경유 15드럼을 쓴다고 한다. 200L짜리 1드럼에 17만5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름값만 200만원이 훨씬 넘는다. 여기에 선원들 월급과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600만원 안팎의 경비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근해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먼 길을 가야 하는 만큼 기본경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주문진항에는 30척 넘는 근해 채낚기 어선이 있었지만 현재 절반가량이 전부라고 한다. 근해 채낚기를 하는 어선의 선주는 “정부에서 긴급대출을 해준다고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일 강릉 주문진항에 정박된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어획량 부진 탓 축제마저 안 열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강원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는 83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60t의 61%에 그친다. 최근 3년 평균인 2917t과 비교해도 29%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2004년(2만2000t)을 기준으로 보면 당시 오징어 100마리를 잡았다면 현재는 3마리쯤 잡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공급이 크게 줄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오징어 상태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횟감용 소매가 기준으로 1마리에 1만원 수준에 팔린다. 이달 초순 한때는 2만5000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금(金)징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징어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단가가 맞지 않아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 주문진 수산시장 상인 박모씨는 “오징어 가격을 듣고 바가지라고 의심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경매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구색 맞추기 용으로 가져다 두고 있지만 큰 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오징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부 상점은 문을 닫았고 가격 부담에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다. 



  지난 20일 속초 오징어 난전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곳은 어민들이 잡아 온 오징어를 횟감 등으로 판매하는 포장마차 형식의 상점이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오징어 관련 축제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속초 장사항(港)에서 20년 넘게 열린 ‘오징어 맨손잡기’는 감염병 여파에 이은 어획 부진을 이유로 2020년부터 열리지 못하고 있다. 주문진 오징어축제 역시 2019년 태풍으로 취소된 이후 재개하지 못했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은 올해도 결국 취소됐다.  ◆중국 무분별한 어획에 수온도 상승  전문가들은 오징어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어획에 따른 개체수 감소와 수온 상승을 꼽았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중국 어선이 동해 북한쪽 해역에서 조업한 뒤로 오징어 개체 수가 크게 감소했다”며 “현재 남은 오징어 자원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과 북한해역에서 어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한 2004년 이후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점차 줄기 시작했다. 2004년 중국 어선 144척이 북한수역에서 조업을 시작할 당시 어획량은 2만2000t 규모였으나 2014년 중국 어선이 1904척으로 늘자 9461t로 반토막 났다. 2020년 중국은 역대 최대인 어선 2429척을 북한해역에 보냈다. 



  강릉 주문진의 한 오징어 판매점이 문이 닫혀져 있다.    국내 어선들의 공조 조업도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김 박사는 부연한다. 채낚기 어선이 집어등을 밝혀 오징어를 모으면 저인망 어선 등에서 쓸어담는 방식이다.  수온 상승도 주요 원인으로 든다. 김 박사는 “1990년대에 비해 2010년대 들어 오징어 어장이 주로 형성된 동해안을 중심으로 수온이 2∼4℃ 올랐다. 오징어가 적정 수온을 찾아 점차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내외 어선들의 어로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점과 오징어 치어가 ‘총알 오징어’로 불리며 별미로 인기를 끌어 무분별한 남획이 이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어민 생계 안정화"… 정부 긴급자금 121억 투입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어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와 강원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지난 14일부터 근해 오징어 채낚기 어민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 12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어선 1척당 최대 3000만원까지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중 선택해 1년간 대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협은행 영업점이나 회원조합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지난 20일 강릉 주문진항에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해수부는 러시아로 원정 조업을 떠나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에도 통역관 인건비 등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도는 원정에 나서는 1척당 경비 2500만원을 지급한다. 이는 2021년 지원금 1800만원보다 38%(700만원)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는 입어료 1400만원을 비롯해 러시아 감독선 운항 경비, 통신장비 운영비 등이 포함된다. 올해는 1척당 6800만원가량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와 도에서 절반가량을 보조하는 것이다.     이외에 도는 낡은 채낚기 어선의 주요 장비를 교체하거나 신규로 설치하는 비용도 보탠다. 오징어를 모으는 데 사용하는 집어등의 경우 연간 500만원까지 수리비를 주고, 레이더 등 안전장비에 대해선 최대 2000만원까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어선의 핵심인 엔진이 고장나면 새 것으로 교체해 주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유류비는 10∼20t급 어선을 기준으로 최대 443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어민들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도록 실질적 도움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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