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농업은 국가안보산업이다

최고관리자1 0 17 2023.09.13 01:00
최종원 전국이·통장연합회중앙회 강릉시지회장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은 길을 접근성의 자양분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길을 만들고, 그 길은 사람이 한데 모이는 공동체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길은 인류사를 보아도 지역 발전에 영향을 미쳤고, 사상사의 큰 흐름을 바꿔 왔다.하늘 아래 첫 동네, 왕산 ‘안반데기’도 서민 삶의 애증이 담겨 있는 농토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 왕산면을 향해 굽잇길을 오르다 보면 해발 1,100 산 능선에 약 200만㎡ 규모의 드넓은 배추밭 풍광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국내 대표 고랭지 채소밭인 ‘안반데기’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 ‘안반’에 평평한 땅을 뜻하는 우리 말인 ‘덕’을 붙이고, 여기에 다정한 강릉 사투리가 더해져 만들어졌다.안반데기의 행정지명인 대기리는 큰 터가 자리하고 있어 ‘한터’, ‘큰터’, ‘대기’라고 불렸다. 이곳은 1960년대 화전민들의 혼으로 산과 황무지를 개간하여 형성됐다. 이들은 수십 아래 가파른 비탈에서 곡괭이와 삽, 소, 각종 농기구를 이용해 밭을 일궈냈다. 말 그대로 헝그리 정신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1995년에는 대를 이어 밭을 갈아 낸 28가구 안반데기 주민들이 땅을 법률로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척박했던 땅은 축구장보다 280배나 큰 200만㎡에 이르는 거대한 옥토로 바뀌었다. 안반데기 배추는 최고등급으로 인정받으며 국내 배추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해 밥상 물가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필자가 안반데기를 자랑하는 이유는, 대학 졸업 이후 이곳에서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농토를 일구며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은 1차 산업 분야라고 면박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농업이야말로 국가 안보산업이자 5,000년 뿌리산업임을 피부로 실감한다. “소 잃고도 외양간 고쳐야 한다. 농업은 그렇다.” 한 생명공학 전문가의 얘기다. 급변하는 국제 상황과 기후변화 속에 국가 식량안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문제는 식량주권이 다른 산업에 비해 우선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내일을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전략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그려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새롭게 구조 개편된 것처럼, 글로벌 체제와 공급망 붕괴, 기후변화라는 복잡한 변수를 모두 고려한 식량주권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새벽이슬 맞으며 현장에서 뛰는 농부의 한 사람으로서, 농업도 반도체나 배터리보다 중요한 미래 산업으로 규정하고 인력 육성부터 기술 개발, 발전 전략을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곧 한가위가 다가온다.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것은 ‘정(情)’이 아닐까 한다. 가족 공동체에서, 오랜 세월 관계 속에서 생긴 그냥 마음에서 뭔가 해주고 싶은 감정, 그것이 바로 정이다. ‘정(情)’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 쌓은 감정적 공유의식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유구한 세월 쌓아 온 한국인 특유의 정(情) 문화의 중심인 추석은 우리의 심리적 자산인 셈이다. 올해 추석에는 안반데기 배춧값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 온정 가득한 한가위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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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7/000099475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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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1 0 17 2023.09.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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