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지낼 곳도 없어" 추석 앞둔 강릉산불 이재민 한숨

최고관리자1 0 20 2023.09.25 02:00
4·11경포산불 발생 5개월째이동식 컨테이너 생활 이어가"건축비 올라 정부지원 절실"



▲ 4·11 산불 이재민인 이 모씨는 추석이 다가오지만 차례상 준비는 커녕 피해 악몽에 시달리며 집이 원상복구 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앉을 곳이 있어야 추석 차례를 지내지요. 아이들 보고 이번 추석에는 오지말라 했어요. 조상 산소가서 술이나 한잔 붓고 오려고요."추석을 앞둔 24일 오전 11시. 지난 4·11 강릉경포산불 피해자 이 모(72·여·강릉시 안현동)씨는 산 밑에 지어진 이동식 컨테이너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산불 발생 이후 5개월째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편 신 모(77)씨는 하루종일 좁은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살길이 막막한 이씨는 신경을 너무 써서 인지 최근 잇몸이 붓고 아파 수술을 받았다며 부은 턱을 연신 만졌다."너무 속상하고 억울해 밤에 잠을 못자요. 우리가 불을 낸 것도 아닌데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집을 다시 지으려 해도 이자 감당에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제발 집이라도 지을 수 있도록 이자만이라도 싸게 나라에서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서울에 살다 아들 곁에 살고 싶어 모든 것을 정리하고 펜션을 지어 17년간 운영한 이씨는 산불난 그 날의 악몽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강풍에 불이 사방으로 날아들어 이러다 죽겠다 싶어 몸만 빠져나와 인근 바다를 향해 무작정 뛰어 나갔다며 그 날을 회고했다.몸은 살아있지만 현실은 더 악몽 같다고 이씨는 맥없이 말했다."펜션이 곧 직장이고 삶의 터전이었는데 불이 나면서 모두 잃었어요.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에게 지원해주는 돈으로 어떻게 집을 짓습니까. 자재비와 인건비가 너무 올랐고 그 동안 대출받은 이자를 내야 하지만 펜션이 있어야 돈을 벌어 갚지요."안현동에서 100년 넘게 조상대대로 살아온 곳에 시집와 40여년째 민박과 펜션을 했다는 이웃집 윤 모(65·여·강릉시안현동)씨는 이 씨의 안부를 물으러 왔다가 더 아픈 사연을 토해냈다.시댁 본가와 펜션 두 동이 모두 불에 타 남편이 몸 져 누워있다고 말했다.윤 씨는 아직도 벌채가 안돼 매캐한 냄새가 나고 바람이 불면 시커먼 숯이 날아 들어 컨테이너 문도 잘 열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몇몇 집들은 헐값에 땅을 팔고 떠났고 화마 이후 우울증에 걸린 주민들도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윤씨는 "산불 이재민들이 모이면 대출 이자 고민 얘기만 한다"며 "올해 추석은 못지내도 내년에는 차례상을 올릴 수 있도록 살길을 열어 달라"고 울먹였다.추석 준비로 분주해야 할 경포동 일대는 벌채해 쌓아 놓은 노송만큼이나 삶의 무게로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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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RL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54/0000053095?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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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1 0 20 2023.09.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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