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목소리' 듀엣에서 합창으로

최고관리자1 0 26 2023.09.27 02:00
철원 출신 김현 시인 작품 잇따라 출간첫 소설집·일곱번째 시집 발간2009년 커밍아웃 성소수자세대·계급 아우르는 연애담불협화음 속 해체적 희망 품어철원 출신 김현(사진) 시인이 첫 소설집 '고스트 듀엣'과 일곱 번째 시집 '장송행진곡'을 펴냈다. 김현은 2009년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다. 혐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온 그는 여전히 희망을 품는다. 읽는 이에 따라 때로는 작품이 불편할 수도 있다. 소수자 옹호라는 사명을 밀어붙이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퀴어의 서정을 섬세하고 애틋한 시선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남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듀엣에서 합창으로 이어지는 어떤 음악적 기운도 함께한다. 



■ 고스트 듀엣'고스트 듀엣'은 작가 김현이 5년간 써온 단편 11편을 수록했다. 소설집은 초자연적 현상(귀신과 유령)과 SF적 소재(홀로그램과 가상현실)를 매개로 산 사람·죽은 사람의 만남, 과거·현재의 단단한 연결을 도모한다. 사회적 재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퀴어 청년의 아슬아슬한 연애담을 다루고 있다. 세대와 계급, 성별과 성적 지향을 아우르는 연애담 모음집이기도 하다.엄마, 남편과 자식, 애인과 친구, 국가폭력 희생자, 노동자,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까지 죽음의 원인은 제각각이면서도 공동체를 이룬다.강릉을 배경으로 쓴 단편 '유미의 기분'은 교사 '형석'이 학생 '유미'에게 사과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견본 세대'에서는 9년째 연애 중인 승남과 영수가 임대주택 견본을 보기 위해 한겨울에 오르막길을 오르는 모습을 묘사했다.조해진 소설가는 "우리에게는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김현의 소설은 가냘프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전한다"고 추천했다.



■ 장송행진곡'종소리'를 소재로 3부로 나뉘어진 시집은 울리고 부르는 경종, 혹은 애가와 같다. 김현은 꿈이 깨지고 사랑이 부서진 자리에서 시를 출발시킨다. 응어리진 마음을 울음소리로 내보내고, 혐오와 이기로 점철된 싫은 소리를 소화시켜 응축한다.시인의 말은 "저는 다시 희망을 품어 보려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시집 제목처럼 죽은 이를 위한 행진곡은 그의 시적 바람이다. 시 '날개'에서는 '어젯밤 세계가 찢어졌다고 해서 우리가 절망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다. '뭐랄까'와 '덧없이'로 이어지는 불협화음의 연속에 김현만이 쓸 수 있는 해체적인 희망이 들어있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는 어떤 '현의 울림'이 전해진다. 길고 낮고 느린, 단조의 노래에 목소리가 하나씩 더해지는 인상이다. 시인은 "인간들이 참 더럽다 그래도 나는 그 눈동자를 사랑하지"와 같은 문장으로 궁극적인 꿈을 표상한다.



안현미 시인은 "만일 그의 시가 우리에게 어떤 불편을 초래한다면, 그 불편은 우리로 하여금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천했다.김현 시인은 2009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시절' 등을 펴냈으며 김준성문학상,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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