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도시 투기의혹 LH직원, 16년전 강릉 개발 직전에도 농지 매입

강릉뉴스 0 420 2021.03.22 12:11
토공 직원이던 2005년 5월 율곡지구 넉달전 707㎡ 매입1년7개월 뒤 주공에 넘겨…공시지가는 40% 이상 올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동료 등과 함께 경기 광명·시흥 3기 새도시 인근 10개 필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의혹 등으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ㄱ씨가 과거에도 강원도 강릉에서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 발표 직전에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가 3기 새도시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ㄱ씨는 2005년 5월 강릉 교동의 농지(답) 707㎡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엘에이치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주공)가 이 일대에 73만1017㎡ 규모의 택지(율곡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 넉달 전이다. 당시 경기도 성남에 주소를 둔 ㄱ씨는 한국토지공사(토공) 직원이었다. 주공과 토공은 2009년 엘에이치로 합병됐다.

ㄱ씨가 땅을 사들인 이듬해 1월, 건설교통부(건교부·현 국토교통부)는 ㄱ씨의 땅이 포함된 강릉시 유천동, 홍제동, 교동 일원에 68만196㎡ 규모의 ‘강릉율곡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를 지정 고시했다. 단독주택 150채, 공동주택 4800채를 짓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해 12월, ㄱ씨는 자신의 농지를 주공에 넘겼다. 농지를 사들인 지 1년7개월 만의 일이다.

ㄱ씨가 이 땅을 얼마에 사고팔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겨레>가 확보한 ㄱ씨의 교동 땅 폐쇄등기부등본에는 매입가가 따로 기록돼 있지 않다. 부동산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한 ‘실거래가 신고제’는 2006년부터 시행된 터라 2005년 ㄱ씨의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매도 가격 역시, ㄱ씨는 주공과 협의해 보상 액수를 정하고 땅을 넘겼기 때문에 두 당사자 외에는 알기 힘들다.

다만, 이 땅의 개별공시지가는 1㎡당 2005년 1월 4만1100원에서 택지개발 발표 뒤인 2006년 1월 5만8800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당시 주공의 보상 과정에서 이런 땅값 상승분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엘에이치는 ㄱ씨의 투기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택지지구는 엘에이치로 통합되기 전 주공이 사업을 한 곳으로, ㄱ씨는 토공 직원이었다. 토공과 주공은 별개 회사였고 둘 사이의 교류도 없었다”고 밝혔다. 토공 직원이 주공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대규모 택지개발을 주로 토공이 맡아온 터라, 주공이 사업자로 선정돼 율곡지구를 조성했더라도 토공 직원이 관련 개발 정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건교부가 사업자 선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건교부가 임대주택단지 조성 사업을 벌이며 국가, 지방정부, 토공과 주공 등을 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엘에이치로 통합되기 전,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은 주로 토공이 맡아왔기 때문에 해당 지구 사업자가 주공이었다고 해도 토공 직원이 택지개발 정보를 아예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택지개발 계획 발표 넉달 전에 성남에 주소를 둔 토공 직원이 해당 지구에 농지를 사고 2년도 안 돼 팔았다는 것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강재구 이주빈 기자 j9@hani.co.kr



강릉 경험 덕?…광명·시흥 10개 필지에 19억 ‘과감한 투자’‘개발 전 농지매입 → 보상금’ 수법 비슷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 ㄱ씨는 이번 엘에이치 부동산 투기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3기 새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일대의 땅을 2017년부터 최근까지 가족, 동료 등과 집중적으로 매입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19일 엘에이치 직원 가운데 ㄱ씨를 가장 먼저 소환해 조사했다.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ㄱ씨와 그의 아내가 가진 10개 필지(과림동 4, 정왕동 3, 옥길동·무지내동·매화동 각 1개 필지)의 토지 규모는 5248.25㎡에 이른다. 총매입가격은 19억원이 넘는다. 통상 대출액의 120%가량을 채권최고액으로 잡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은 약 15억원(채권최고액 17억9천만원)으로 추정된다. 일반 직장인이 꿈꾸기 어려운 과감한 투자를 한 셈이다.이는 ㄱ씨가 2005년 강원도 강릉시 대규모 택지조성 발표 4개월 전 해당 지구에 포함된 교동 농지를 매입해 성공한 경험과 겹친다. 개발에 앞서 농지를 매입한 방식이 10여년의 시차가 있지만 비슷하기 때문이다. 2005년 ㄱ씨가 매입한 강릉 교동의 707㎡ 규모 농지(답)를 2006년 대한주택공사에 넘기면서 받은 보상금은 당시 같은 지역 ‘답’의 실거래가를 고려하면 1억원에서 2억원 사이였을 것으로 보인다. 매입가는 수천만원 규모로 추정된다. 당시 ㄱ씨는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수익을 거둔 것이다. 엘에이치 직원들의 농지 매입이 ‘오래된 관행’일 수 있고, 이자 부담에도 토지 매입가의 80% 가까운 금액을 대출로 충당하며 최근 광명·시흥지구의 농지를 매입한 것은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ㄱ씨가 2005년 해당 토지를 매입한 것도 결국 개발 전 차익을 노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대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나가되, 우선적으로 투기 가능성이 높은 엘에이치나 국토교통부 직원에 대해 조사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강재구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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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76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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